결혼이란 일단 작심하고 나면 그간의 망설임이 마치 거짓말처럼 만사가 순조롭고 성급하게 진행되는 것인가 보다. - 츠지 히토나리 "다섯번째 딸 가논"앞부분 읽고 있는 "다섯번째 딸 가논"에 대해서 한마디 하자면, 츠지 히토나리는 이제 내게 신뢰도를 구축한 작가가 되었다는 느낌.
뭐랄까 지극히 정상적이거나 아주 열심히 사는 사람은 아니나 적당히 비주류이면서 긍정적이라고 해얄까. 그 감정이 부정적이거나 허무하게 드러나지 않는다. 이런것도 유머라고 해야나.
난처해 하는 주인공의 심리가 드러난 행동들이 나에겐 유머스럽게 다가온다.
웃어줄 수 있는.
책 중에서 결혼에 대해 인용한 문구들.
좋은 결혼은 있지만 즐거운 결혼은 없다 - 라로슈프코
문명인 남녀가 결혼생활속에서 행복해지는 일은 가능하다.
이를 실현하려면 몇가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한다. 절대로 서로의 자유를 간섭해서는 안된다.
끊임없이 완전한 육체적, 정신적인 친밀함이 있어야만 한다. 또 가치의 기준에 대해 어느정도 공통사항이 있어야만 한다. 이상의 조건을 완전히 만족하면 결혼은 두 인간 사이에서 존재할 수 있는 가장 훌륭한, 그리고 가장 중요한 관계가 될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다.
- 러셀 <결혼론>
동감한다. 내가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결혼이 그러하다.
그렇지 않은 결혼이라면 하지 않는게 나을지도 모르겠다는 정도가 현재까지의 내 결혼관이다.
중매결혼과 연애결혼을 생각해보면..
지금까지는 당연히 연애결혼 지상주의였다.
그런데 다섯번째 딸 가논을 읽고 있다가(이 책은 중매결혼과는 아무 상관없다)
어쩌면 선택의 심리인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예를 들어 자리를 옮기는 데 선택의 여지가 있다면 이자리가 낫나 저자리가 낫나 재어보다가 선택하고 나서 저자리가 나았을까 하는 선택의 아쉬움때문에 어쩌면 더 불만족했을지도 모르지만,
외려 이 자리가 네 자리야라고 정해져 버리면 즉 선택의 여지가 없으면(그 자리가 심하게 나쁜 자리가 아닌 겨우) 그냥 내 자리려니 하고 만족하고 앉게 되는 것과 같은.
말 안된다고 생각했던 중매결혼에 대해 그리고 오랜세월동안 그런 제도속에서 나름 멋지게 살아간 많은 부부들은 그런 장점을 살린건 아닐까.
이미 지나간 선택을 되돌릴 수 있다고 믿는 것 자체가 현재를 불행하게 만드는 것이라 생각한다.
미래에 올 선택을 위한 준비를 하는 게 아니라면.
"다섯번째 딸 가논"은 결혼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책이다. 읽을수록 결혼과 결혼생활과 가족에 대한 내용이었구나, 싶다. 책을 집어들었을땐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