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험은 감행되어야 한다

중앙일보에 실린 정진홍님의 시론입니다.



모험은 감행되어야 한다


스티브 포셋은 올해 환갑의 억만장자다. 그가 기어코 논스톱 최장거리 비행 기록을 세우기 위한 목숨 건 모험을 시작했다. 그는 9일 미국 플로리다주 케네디 우주센터에서 이륙해 사흘 반 동안 쉬지 않고 4만3443km를 비행해 지구를 한 바퀴 돌고 다시 대서양을 건너 영국에 착륙할 예정이다. 그는 사흘 반 동안 거의 잠을 자지 못하면서 생사를 건 고독한 모험을 치를 것이다.


포셋은 지난해에도 재급유나 중간 기착 없이 3만7000여km를 67시간2분 만에 날아 논스톱 단독 세계일주 비행기록을 세운 바 있다. 그는 2002년에도 열기구를 타고 단독 세계일주 비행에 도전해 성공했고, 2004년에는 58일 동안 요트를 타고 최단기 세계일주 항해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억만장자 포셋이 이처럼 쉼없이 모험을 감행하는 것은 돈 많다고 돈질하는 것이 아니다. 그가 환갑에 목숨 걸고 모험을 감행하는 까닭은 따로 있다. 실존적으로는 자기 안에 숨은 '가능성의 금광'을 캐기 위함이고 사회적으론 '도전과 모험의 바이러스'를 퍼뜨리기 위해서다.


그는 자칫 안주할지 모를 자신을 경계하기 위해 스스로의 허벅지를 모험이란 이름의 송곳으로 끊임없이 찔러댄다. 그리고 도전과 모험을 상실해가는 이 세대와 시대를 향해 온몸, 온 삶으로 죽기를 각오하고 웅변하는 것이다. "모험을 상실한 사회에 미래는 없다"고.


언제부턴가 우리는 모험이란 단어를 잃어버렸다. 모험, 즉 '어드벤처'란 단어를 볼 수 있는 곳은 놀이공원뿐이 아닐까 싶을 정도다.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여간해선 모험하려 들지 않는다. 조금만 위험부담이 있다 싶으면 아예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그리고 내심 실패하진 않았다고 자위한다.



세계적인 테니스 스타였고 은퇴 후 7년 만에 복귀해 몇 해 전 다시 윔블던 복식에서 우승컵을 거머쥐었던 마르티나 나브라틸로바가 한 말이 있다. "시도하지 않은 것까지 포함해서 실패"라고 말이다. 그녀 역시 '은퇴 후 복귀'는 그 자체로 모험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것을 감행했고 결국 자기 안에 숨은 또 다른 가능성의 금광을 방치하지 않고 캐낼 수 있었다.



경남 거창고 강당 뒤편에는 '직업선택의 십계(十戒)'라는 현판이 붙어 있다. 내용은 이렇다. "①월급이 적은 쪽을 택하라. ②내가 원하는 곳이 아니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을 택하라. ③승진의 기회가 거의 없는 곳을 택하라. ④모든 조건이 갖추어진 곳은 피하고 처음부터 시작해야 하는 황무지를 택하라. ⑤앞을 다투어 모여드는 곳을 절대 가지 마라. ⑥장래성이 없다고 생각되는 곳으로 가라. ⑦사회적 존경을 바랄 수 없는 곳으로 가라. ⑧한가운데가 아니라 가장자리로 가라. ⑨부모나 아내가 결사 반대를 하는 곳이면 틀림없다. 의심치 말고 가라. ⑩왕관이 아니라 단두대가 기다리고 있는 곳으로 가라." 한마디로 쉽고 편한 길로 가지 말고 모험하라는 말이다.


삶은 저지르는 사람의 몫이다. 저지르자. 모험을 감행하자. 모험이 없는 인생은 이미 죽은 인생이다. 모험이 없는 사회에 미래는 없다. 쓸데없이 잔머리 굴리며 인생을 허비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며 모험하자. 모험 앞에 삶은 길을 연다. 이런 뜻에서 여기 모험에 관한 글 한 편을 부친다.


"사람들 앞에서 웃는다는 것은 바보처럼 보이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다른 사람에게 다가가는 것은 그에게 속을 수 있는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사랑받지 못할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믿는다는 것은 실망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노력한다는 것은 실패할지도 모를 위험을 무릅쓰는 것이다. 그러나 모험은 감행돼야 한다. 모험하지 않는 이들은 그 순간의 고통이나 슬픔을 피할 수 있을진 모르지만 결코 배울 수 없고, 느낄 수 없으며, 변화할 수 없고, 성장할 수 없으며, 사랑할 수 없고 진정으로 승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Posted by JulieNJul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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